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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칼럼] 코로나 데이터 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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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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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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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지금까지는 심장이 내는 전기신호 데이터를 이렇게 오래 모아본 적이 없습니다. 이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축적해서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면 엄청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패치 기업 웰리시스 전영협 대표의 말이다. 작년 5월 삼성SDS에서 분사한 이 회사는 병원 안에서만 이뤄지던 심전도 측정을 일상생활 현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삼성SDS가 디지털헬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바이오 프로세서를 탑재해 기기를 개발했다. 수십년간 심전도 측정에 주로 쓰여온 홀터 기기가 24~48시간 온몸에 장치를 달고 있어야 하는 반면, 웨어러블 패치는 동전 크기 정도에 무게는 8g에 그친다. 내장 배터리로 최장 100시간, 배터리를 갈면 한달까지 쓸 수 있다. 수십초면 끝나는 건강검진용 심전도 측정과는 차원이 다른 데이터가 생산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 회사는 전 세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유럽, 동남아, 뉴질랜드 등에서 부정맥 등 심혈관질환자나 의심환자, 수술환자를 대상으로 언택트 진단과 재활에 활용하고 있다. 원격진료 전문회사들은 환자 상태를 더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기 위해 제품을 찾는다. 미 스탠퍼드대와 호주 정부가 코로나19의 질병 예후를 각종 바이오 신호를 통해 파악하려는 연구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진료를 확대하는 동시에,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원격 모니터링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고착화되는 '엔데믹'(endemic)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올가을이나 겨울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일어나더라도 미리 징후를 파악해 대응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미 스마트워치, 스마트링 등 웨어러블 기기는 코로나19를 비롯한 질병 진단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얼리어댑터들이 취미나 액세서리용으로 쓰던 기기가 병원 안으로 한정됐던 의료의 장을 넓히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다음 데이터 전쟁을 준비할 때다. 확진자 동선추적·공개 등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데이터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바이러스의 전염속도와 변이능력에 뒤지지 않는 민첩성으로 무장해야 한다. 코로나19 환자 치료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각 의료현장에 쌓여 있고 지금도 시시각각 데이터가 생산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로 환자와 일반인의 상태정보를 파악하고, 쌓인 데이터와 융합하면 전염병을 모니터링·예측 체계를 바꿀 수 있다.

미 스탠퍼드대와 UCSF(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의 시도를 주목할 만하다. 스탠퍼드대는 웰리시스를 포함, 애플워치, 핏빗 같은 웨어러블 기기 기업들과 협력, 전염병과 질병을 모니터링하고 예측하는 연구를 이달부터 시작한다. 심박수, 체온, 혈액 내 산소포화도 같은 데이터를 수집해 전염병 감염 여부를 조기 감지하고, 모니터링과 치료에도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은 심박수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탠퍼드대는 암환자, 생체이식 환자 등에도 관련 연구를 적용할 예정이다. 그 어떤 기기보다 사람과 가까이에 있는 스마트폰이 미래에 가장 중요한 건강기기가 될 것이라는 게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전망이다. 



UCSF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스마트링 기업 오우라헬스와 협력해, 링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발병과 진행, 회복 패턴을 식별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3000명의 의료진을 포함, 4만명 이상이 연구에 참여해 맥박과 운동, 체온을 연구진에 전달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가 의료 생태계에 편입되면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당장 코로나19 상황에는 백신·치료제·진단기기 개발기업과 병원현장에서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된다. 병원을 찾아가 진단기기를 통해 신체를 잠시 관찰하는 것과 24시간 내내 신체가 내는 각종 생체신호를 읽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들 데이터를 분석하면 개인별 질병예측과 맞춤형 정밀의료가 현실화될 수 있다. 지능형 CCTV로 범인을 찾아내고 보안관제시스템이 해킹 공격을 실시간 감지하듯 '실시간 맞춤 헬스케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원격의료를 통해 의사를 만나는 것에서 한 단계 진화한 모델이다. 미국·유럽·일본 등에 한참 뒤진 의료기기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 원격진료를 한시 허용하면서 원격 모니터링은 제외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 다음 팬데믹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원격 모니터링이란 촘촘한 그물망을 쳐야 한다. 민첩한 전략변화와 긴 안목의 투자를 동시에 밀어붙일 때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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