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분사 스타트업 웰리시스
웨어러블 기기 'S-패치 카디오'
가슴에 붙이고 일상생활 하면
의료진 건강정보 실시간 모니터링
원격의료 시대 필수템 등극 기대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패치를 든 전영협(오른쪽 두번째) 웰리시스 대표가 공동 창업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동안 병원 내에서만, 온갖 케이블과 복잡한 기기에 연결해야 가능했던 질병·건강 모니터링을 병원 밖, 작고 가벼운 무선기기로 확장하면 엄청난 변화가 가능해진다. AI(인공지능)로 측정결과를 분석하고 스마트폰 등으로 바로 알람을 주는 플랫폼을 완성, 질병 예방·치료·재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
전영협 웰리시스 대표는 길이 10㎝ 남짓, 무게 8g의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패치 'S-패치 카디오'를 들어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웰리시스는 삼성SDS에서 작년 5월 분사한 스타트업으로, 삼성전자의 바이오프로세서와 삼성SDS의 AI 및 디지털헬스 사업경험을 기반으로 출범했다. 홍원표 삼성SDS 대표가 삼성전자 시절부터 공들여온 디지털헬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3년 전부터 기기를 개발하고 사업을 준비했다. 이후 2년 전부터 창업을 준비, 의료기기 전문가 전영협 대표를 중심으로 분사를 결정했다. 웰리시스의 클라우드와 AI 분석은 삼성SDS 플랫폼에서 이뤄진다.
전영협 대표는 미 존슨앤존슨 등에서 20여 년간 헬스케어 분야에 종사한 전문가다.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반도체는 세계 1등이면서 의료기기는 유독 약한 한국을 세계 톱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로 삼성SDS에 합류했다. 전 대표를 비롯, 같은 삼성SDS 출신인 김종우 이사(최고전략책임자), 앤더슨컨설팅과 PWC컨설팅 출신인 김정수 최고재무책임자, HP 출신 SW 전문가인 릭 김 최고기술책임자 등 전문가 4명이 공동 창업했다. 심전도 전문 판독사, 인공지능 SW 전문가, 삼성전자 출신 반도체 전문가도 참여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현장 데이터 실시간 수집·분석·제공이 중요해지면서 웰리시스 같은 스마트 기기 기업들의 역할이 커졌다. 그동안 병원 안에서만 이뤄지던 각종 진료행위를 일상생활과 연결해 전염병, 만성질환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게 숙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코로나19 사망자의 대부분이 기저질환이 있고 그 중에서도 심혈관질환자가 많았지만, 대부분은 질환 여부도 모르다가 코로나 감염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면서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패치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S-패치 카디오는 심전도 검사의 기간과 공간 한계를 모두 깬 제품이다. 수십년간 쓰여온 홀터기기는 길어야 48시간 검사할 수 있고, 가슴에 여러 개 전극을 주렁주렁 붙인 채 병원에 머물러야 했던 반면에 이 기기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100시간, 배터리를 교체하면 한달까지 쓸 수 있다.
검사 시간이 중요한 것은 심혈관질환의 특성 때문이다. 부정맥의 경우 몇 시간이나 몇 주에 한 번 심장박동에 이상이 생기는 병인데, 증세가 사라지면 진단이 불가능하다. 부정맥은 이 때문에 '숨은 심장질환'이라고 불린다.
웰리시스 에스패치 활용 개념도
일반적인 심전도 검사는 10~30초, 50여 년간 쓰인 홀터 기기를 이용한 모니터링은 24~48시간에 끝난다.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부정맥 검사 최소시간으로 24시간을 권장하지만 24간 내 검출률은 30%가 채 안 된다. 검사 시간을 늘릴 수록 검출률이 갈수록 높아져 7일이면 80% 이상, 14일이면 100%에 근접한다.
S-패치 카디오는 가슴 부위에 붙이고 일상생활을 하면 된다. 자체 통신 기능이 있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앱과 연동해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보낸 후 AI로 분석해 결과를 빠르게 얻어낼 수 있다. 해외에 유사한 패치제품이 있지만 통신기능이 없어 메모리를 해당 기업에 보내 사람이 판독하는 방식이라 신속성이 훨씬 떨어진다.
스마트 패치가 확산되면 과거 대형 종합병원 중심의 심전도 검사 방식이 동네 1차병원과 검진센터로 확장돼, 없던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사람들은 모른 채 지나치던 심혈관질환을 쉽게 확인해 맞춤 치료를 받고,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상황에 적합한 대처를 할 수 있다.
전 대표는 "특히 스마트워치·스마트폰 등과 연동하면 계단을 오르거나 뛰는 등 어떤 상황에서 부정맥 증상이 생기는 지 알 수 있다. 체온 정보와 연결해 감염이나 신체이상 여부를 동시에 측정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국내외 연구기관들과 연구와 임상을 진행하고, 국내외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월 유럽 CE 인증을 획득했다. 태국, 호주 등에서도 허가를 받았다.
삼성서울병원은 작년부터 건강검진에 적용했고, 뉴질랜드에서는 대학병원 재활센터에서 활용하고 있다. 재활 과정에 패치를 붙이고 운동하면서 심장 문제를 체크하는 식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패치를 부착하고 언택트 방식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 들어서는 태국,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전 대표는 "아픈 사람들이 코로나19 상황에도 줄어들지 않으니 언택트 진단·치료·재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의료 수요가 늘면서 유럽, 동남아, 호주 등 일반 병원과 원격진료 기업들이 먼저 의뢰를 해온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심장전문병원, 지방국립대, 1차 병원 등에서 적용되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카레이싱 선수, 스페인에서는 마라톤대회 선수의 심장 상태 모니터링에 쓰였다. 소방관, 경찰, 해경, 군인 등 고위험 특수직군에 적용하려는 수요도 크다.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회사는 미 국토안보부의 요청으로 일주일간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했다. 미국 외에 싱가포르, 호주, 캐나다, 영국, 일본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맞춤기능을 개발해 연내에 내놓을 예정이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인증도 추진 중으로, 빠르면 내년초 인증을 받아 세계 최대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미국, 호주 등 연구기관과 협력, 생체정보를 파악해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감염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도 추진한다.
삼성전자 바이오프로세서는 심전도 외에 체온, 맥파, 체지방, 스트레스 레벨까지 측정 가능하다. 웰리시스는 다음 버전에 모션센서와 체온센서를 추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차기 바이오프로세서 개발에도 협조하고 있다.
전 대표는 "장기적으로 가정용 혈압계처럼 집에서 정기적으로 심전도를 측정하는 모델이 목표"라면서 "대형병원에 한정됐던 심전도 검사 시장을 동네병원, 건강검진센터, 재활센터로 확장하는 데 이어 위험직군 안전관리, 스포츠, 노년층·홈케어 건강관리 등으로 넓히겠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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